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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딴방 - 신경숙
    소소한 삶의 즐거움들/간접 체험(책들) 2012. 5. 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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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부끄럽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블로그를 잠시 접어 두었다가 언젠가를 기다릴 바에야 그냥 하고 싶을 때 하는 게 빠르지 싶어서 이 책을 시작으로 다시 블로그를 해보려고 한다.

     

     그냥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나라를 이해하려면 그곳의 문화를 이해해야 하며, 그 가운데 좋은 방법 중에 하나로 그 나라 출신의 사람이 쓴 책 읽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그래서 틈틈이 나중에 여행할 곳의 소설을 읽곤 한다.). 뜬금없이 이 말을 한 건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의 삶의 흐름을 공유하고 싶었고, 그녀가 좋아하는 책, 음악, 감성적 취향을 내가 접했을 때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고, 작은 희망이 있다면 그녀를 조금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읽게 된 책이라 그렇다. 안타까운 건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와는 조금 다른 결과였다고 해야 하나? 그녀를 알기보다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니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를 그저 이 책, 그 본연의 모습의 매력에 빠졌다고 해야 맞는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손에 놓기 힘든 또 한 권의 좋은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과거와 현재의 작가 모습을 쉼 없이 왔다 갔다 했다. 숨이 찰만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배경은 1970년대, 1980년대와 1990년대 한 소녀의 성장기 소설일 수도 있고, 역사적 소설일 수도 있고, 소설이라기 보다는 한 작가의 수필? 회고록? 일기? 소설이라고 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다. 현재의 작가에서 과거, 그리고 또 현재, 또 과거 다시 현재 숨가쁘게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흐른다. 아무래도 내가 이 부분에서 가장 큰 매력(?) 그러한 걸 느꼈는지 모르겠다. “외딴방이라는 제목답게 외롭거나, 우울하거나, 끝 없는 어둠으로 읽는 이를 끌어드리는 그런 책은 아니다. 아니 사실 무엇을 말하려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 분명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고, 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고 여겨지는 곳에서 희망을 찾으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꿈을 모두가 이루지는 못한다. 그런데 소설에 나온 어떤 이는 이들이 그러닌까 작가를 포함한 작가 주변 사람들이 불행하지 않다고, 행복한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어나가고, 그 시절 있었던 사건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나는 걱정했다. 결국 이 책도 우리나라의 어두웠던 역사의 모습을 알리기 위한 책에서 끝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 만약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무조건적인 비판의 시선을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때의 모습이 점점 잊혀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그러한 역사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그러한 불행한 과거는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소설의 주인공만은, 어쩌면 이 작가만은 한쪽의 색깔을 나타내지 않았으면 했다.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아닌,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었다. 물론 어떤 한 가지 색만을 선택해서 그 얘기만 하지 않았기에 난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망각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우리 뇌의 기능 중에 중요한 기능이라 한다. 망각이 있기에 사람은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과거에서 스스로 망각이라는 틀에 가두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좋은 기억이 아니었기에 무의식이 행했던 것이었는데 책을 읽어가는 막바지에 이르면서 같은 무의식이 전혀 반대의 행동을 취한 거 같다. 이러한 일로 가끔씩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이 항상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내 자신이 성숙했기에 그것을 받아들인다기 보다 아마 또다시 망각이라는 시스템이 틀을 만들어 주고, 의식해서 그것을 무시하면, 무의식적으로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냥 저냥 하루하루를 지내는 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쓰는 글인데 이런 글이라 기분이 묘하지만, 예전에도 쓴 적이 있는 거 같은데 세상에 밝은 것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러한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고 썼던 적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절대 우울한 책이 아니다. 그저 조용히 한 장, 한 장,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나가며 작가의 얘기를 조용히 듣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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