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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렌 켈러 자서전 - 헬렌 켈러
    소소한 삶의 즐거움들/간접 체험(책들) 2010. 11. 2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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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을 타거나 길을 다니다 보면 가끔 장애인들을 만나게 된다. 그 때, 난 그 분들을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나와는 다르기에 부족함을 느끼고, 불편함을 느끼며 나보다는 조금 덜 행복하지 않을 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하기에 당연히 도와드려야 하지 않을 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은 오히려 나와는 다른 점들이 불행을 가져오기보다는 내가 느끼지 못하는 행복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눈이 안보이고, 귀로 듣지 못한다면 지금 당장 만약 나에게 이러한 일이 생긴다면, 쉽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벌을 받을까 하며 막연하게 누군가를 원망하고, 힘들게 보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가끔 밤에 조깅을 할 때면 눈을 감고 뛰어 본다(딱히 이유는 없고 그냥 심심해서). 그럴 때면 십중팔구 내가 가려던 길을 벗어나 이상한 길로 간다. 그리고 조용히 걷고 있다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위험하게만 느껴진다. 그런 두려움에 1분도 되지 않아 눈을 뜨며, 눈을 통해 보이는 세상에 안도한다. 오감을 가지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그 중 한가지만 빼앗아도 당장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게 될 거라 생각된다. 그런데 헬렌 켈러는 듣지고, 보지도 못한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정말 장애우가 쓴 글일까라는 생각을 잊게 만들 정도로 자신이 느낀 사람, 자연, 예술 작품들에 대한 묘사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뿐만 아니라 오히려 나와 같은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오히려 자신의 모습을 숨기려는 사람들의 내면까지도 느끼는 듯 보였다.

    이 에세이에는 자신이 이렇게 됐기에 불행하다는 느낌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불편함은 솔직하게 얘기 하지만 그것에 불평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남들과 다름에도 보통의 사람들보다도 더 행복할 수 있고,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감을 찾고, 이런 불편함이 제약이라기 보다는 다른 이들을 편견이나 선입견을 바라보지 않게 해주며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그 분의 모습을 보면서, 상상력의 힘을 새삼 다시 위대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실적이지 않음을 거부하고, 어떤 경쟁 체제에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잠시 자신을 뒤돌아 볼 시간도, 어떤 책을 보며 작가가 말하려는 것과 그 스토리를 상상할 시간도 없는 지금의 모습을 생각하면, 상상력을 강조하는 시대에서 그런 상상을 막아 버리는 현실이 조금 아이러니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는 자연 그대로의 경험, 책을 통해 아름다운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에세이를 보면서 동정심 어린 눈으로 그 분을 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내 자신이 더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고, 어쩌면 내 안에 한계를 정해버리는 모습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위인에 대한 얘기를 보고 나면 약간 초등학교 때 짧은 위인전을 보고 급하게 쓴 독후감 같은 느낌을 받는다. 어쩌겠는가 위인전을 보고 나면 이런 느낌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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